최근 선고된 형사판결 중 주요판결로 소개할 판결이 있어 민사시리즈 도중에 형사판결을 게시합니다.

이 사건은 차량 급발진에 대하여 1심의 판단과 항소심의 판단이 다른 사안입니다.

 

피고인은 대학교 캠퍼스 내 광장을 가로지르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차량을 주행하여 피해자를 충격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는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 사고로, 사고 당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지만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1심 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 ①에서 ⑥ 지점까지 속도가 계속 증가하는데(교통사고분석서), 보도블럭, 화분을 충격하면서도 운전자가 브레이크로 착각하여 가속페달을 계속 밟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 당시 차량에는 피고인 가족이 같이 타고 있어 피고인이 비정상적으로 주행할 이유가 없고, ③지점에서 방향을 틀고, ⑤지점에서 피해자를 피하려고 방향을 튼 점에서 의도적으로 주행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 피고인이 만약 엑셀을 브레이크로 착각하여 밟았다면 정지시키기 위해 페달을 100%로 끝까지 밟았을 것인데, 피고인은 가속페달을 밟은 양은 50%이하로 계산된다. 따라서 착각하여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 밟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

• ①에서 ⑥지점까지 계속 가속되고 감속은 안 되었는데, 그 사이에 브레이크등이 여러 차례 점등된다(CCTV). 또한 ⑦에서 ⑧ 지점에서 감속하다 정지하였는데, 그때는 차량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았다. 따라서 차량결함을 의심할 여지가 충분하다.

 

항소심(2심)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원의 감정결과,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 분석결과, 전문심리위원들의 의견, CCTV 영상 자료 등을 면밀히 분석하여, 차량의 결함에 따른 급발진 사고가 아니라 피고인이 가속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오인하여 밟는 등 피고인의 운전 과실에 기인한 사고라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 사고 직후 국림과학수사연구원에서 한 차량 감정결과에 따르면, 이 사건 차량의 엔진에서 가속페달과 무관한 차량가속이 확인되지 않고, 제동페달 작동시 엔진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정상적으로 각 바퀴에 제동력이 형성된다.또한 제동페달을 작동하면 후미 제동등이 점등되는 것이 확인되나, CCTV영상에서는 피해자 충돌 이전에 제동등이 꺼진 상태로 확인된다.

​

• 이 사건 차량은 브레이크 페달을 밝으면 실제 작동 여부와 무관하게 브레이크등에 불이 들어오는 차량이다. 사고 직후 차량의 스위치나 전선, 브레이크등은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되었는데, CCTV에는 연석 및 화단과 충돌할 때 매우 짧은 시간 브레이크등이 점등되었다고 소등되는 현상이 있었을 뿐,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통상 나타나는 시간 동안 점등되는 모습이 발견되지 않는다.

​

• 게다가, 사고 당시 브레이크등이 9차례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는데 지속시간이 0.033초~0.099초에 불과하다. 그런데 운전자가 아무리 빨리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가 떼더라도 0.1초 이하로 점등과 소등을 반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전문심리위원 의견서). 따라서 피고인이 브레이크페달을 밟은 것이 아니라 차량 충돌에 따른 가속력과 관성력에 의한 브레이크스위치 오작동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국립과학수사연구원).

​

• 1심은 감속 과정에서 브레이크 등이 점등되지 않아 차량결함이 의심된다고 보았으나, 차량은 피해자를 충돌하고 화분과 연석을 차례로 충돌하면서 감속한 것이어서 충돌 과정에서 피고인의 발이 가속페달에서 떨어져 자연스럽게 차량이 감속하였다고 볼 가능성이 충분하다(도로교통공단 사실조회).

​

• 한편, 이 사건 사고에는 차량급발진 사고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특징(스키드 마크, 요마크 현상, 가속타이어 자국)이 발견되지 않는다(전문심리위원 의견서). 가속 또한 가속페달 밟았을 때 이루어지는 통상적인 가속으로 보일 뿐, 자동차 결함에 따른 급격한 가속으로 보이지 않는다(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서).

 

​

마지막으로 이 사건을 심리한 대전지방법원 제3형사부에서 급발진 사고와 관련하여 설시한 판단 방법을 적으며 주요판결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첨부된 판결문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자동차 사고와 관련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급발진’이란, 자동차가 운전자의 제어를 벗어나 의지와 관계없이 가속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통상적으로 엔진 출력(RPM)의 급격한 상승, 스핀 마크의 발생, 브레이크 미작동 등의 현상을 수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급발진 여부가 쟁점이 되는 재판에서는 대부분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운전자의 운전 미숙(가속페달을 브레이크페달로 오인하여 밟는 ‘페달 오인 사고’)인지, 아니면 자동차의 기계적 혹은 전기적 결함인지가 치열하게 다투어지고 있다.

  통상의 주행 형태와 다른 비정상적인 차량의 운행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발생하였고 이에 대하여 차량의 운전자가 급발진 사고를 주장하는 경우, 이를 심리하는 법원으로서는 위와 같은 양자의 가능성(페달 오인 또는 차량의 결함)을 모두 염두에 두고, 차량 운전자나 동승자, 목격자의 진술뿐만 아니라 급발진의 원인 및 현상에 대한 공학적․과학적 이해와 접근방법을 통하여 차량의 주행 형태와 당시의 운전 상황, 차량의 가속장치나 제동장치 등 기계적 장치나 전자장치의 결함 유무, 사고 당시 운전자의 가속장치나 제동장치의 조작 여부 등에 관한 여러 간접사실이나 정황사실을 객관적으로 면밀히 분석하여 사고 발생의 원인을 합리적으로 추론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급발진 사고 여부에 관한 과학적 분석방법을 사용함에 있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자신의 기술적 지식과 역량을 동원하여 제시한 의견은 이를 배척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할 필요가 있다.”